살아가는 이야기

향기나는 인품

느티나무a 2024. 6. 20. 21:44

나는 목회하는 동안에 믿음도 좋지만 인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인격이 좋은 분들 중에 권사님 한 분이 계신다. 젊은 날 딸기, 오이 등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아서 논밭을 사고 성실하게 일하여 살림을 일으켜 상당한 부자가 되신 분이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시고 무언가를 받으면 하나라도 더 주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는 귀한 분이시다. 
 
언젠가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는 중에 딸기 농사를 하면 가장 좋은 것을 자식들에게 먹였고,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날은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싶을 것을 생각하여 농사일을 하다말고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을 맞춰 집에 와서 기다리다 자랑을 들어주고 칭찬해 주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79세가 될 때까지  아파트 청소를 다니며 아들 공부 뒷바라지를 하셨다. 이분들을 보면서 비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셨지만 보통 부모님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구나 하고 놀란 적이 있다.
 
큰 따님 부부는 우크라이나에 선교사로 가 있는데 선교사로 가면서 부모님이 교회 나가시기 좋도록 마을에 교회를 세워달라고 한 그분들의 기도로 우리 교회가 이 마을에 세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마을에서 첫 번째로 교회 나와서 권사님이 되셨다. 큰 아들은 청주에서 편의점을 하는데 주변에 비해 그 집만 사업이 잘 된다고 하시고, 막내 아들은 피부과 의사로 개원하여 보름 전에 예약을 해야 될 만큼 바쁜데도 저녁마다 퇴근길에 집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살펴보는 효자라고 자랑을 하셨다. 역시 왕대 밭에 왕대가 나지요.
 
목회 은퇴 후 6개월을 만나지 못했는데 너무 보고싶어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오늘은 권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풍광 좋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대접해 드렸다. 헤어지는 자리에서는 내가 교회를 떠나고 나니 온 동네가 빈 것 같다고 아쉬워하면서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르신다. 이런 분들과 한 동네에서 살아온 것이 감사하고  이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목회한 것이 행복했다.
 

(나를 행복하게 한 자랑스런 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