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 5

제주 곶자왈

곶자왈 어느날 문득 삶의 짐이 무겁게 느껴지거든 곶자왈 숲으로 와보라 크고 작은 돌들을 뒤덮고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는 이끼들을 보라 흙도 물도 변변치않아 바위를 뿌리로 휘감으며 오랜 세월 몸집을 키워 온 나무에 등을 기대보라 까치발을 세우며 기어오르는 덩굴에게 어깨를 내주며 함께 하늘을 향해 오르는 저들의 모습을 보라 그리고 숲을 가로질러 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깊은 숨을 들이켜 보라 그대 살다가 울고 싶을 때는 넉넉하게 품을 내주는 제주 곶자왈로 오라

시작 노트 2024.08.15

청령포

*청령포                       김 준기권력의 욕심 앞에는혈육의 애처로움이 보이지 않고아들의 장래를 부탁하던 형님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삼촌에게 왕위를 바치고포졸 따라 온 귀양길 오백리나룻배 위의 어린 단종사람과 물결이 함께 울었다왕이 있는 곳은 궁궐이라지만*노산대에서 바라보는 한양은 멀어관음송 나무 사이로 해가 지고쫓겨난 왕은 인생을 끊었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해도조카의 애절함은 지우지 못했네청령포 휘돌아치는 강물 위로아물지 못한 슬픔이 소리 없이 흐른다.  *청령포 : 강원도 영월에 있는 단종 유배지 *노산대 : 단종이 서울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80m 높이의 절벽

시작 노트 2024.07.03